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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판기획자


많은 이들이 ‘책’이라는 단어에서 작가 한 사람만 떠올린다. 시선을 확 끄는 제목, 멋드러진 표지, 깔끔하게 정돈된 목차까지도 오롯이 작가의 것으로만 여겨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 표지 뒷면에 깨알같이 적힌 이름들을 훑어보게 됐다. 표지 앞면에는 지은이 이름만이 반짝이고 있지만 한 권의 책에는 여러 편집인들의 수많은 밤샘과 수많은 고뇌의 커피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저자가 쓴 원고라는 구슬은 편집자 덕분에 책이라는 보배로 거듭날 수 있는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출판 편집자’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새로운 시대의 기획자는 누구인가’ ‘기획자를 말한다’ ‘분야별로 살펴보는 출판기획자’ ‘출판기획자를 바라보는 9가지 시선’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읽다보니 두루뭉술하게만 여겨졌던 기획자의 꿈이 또렷하게 잡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새로운 시대의 기획자는 누구인가’라는 좌담에서는 출판사대표들과 교보문고 차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 시대의 기획자를 논하는 대화를 읽으면서 각자의 입장을 알 수 있었을 뿐더러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시야가 아닌 폭넓은 눈으로 기획자에 대한 것들을 더듬어 볼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책이 좋아 출판 편집자를 꿈꿨는데 노동의 강도에 반해 무니없이 적은 박봉에 많은 이들이 그만 둔다. 그래서 출판계에는 진정한 엘리트들은 다 빠져나가고 쭉정이만 남았다’ 이 글을 보면서 출판업계가 얼마나 팍팍하고 고된 일인지 새삼 느끼는 한편, 쭉정이라는 표현에 못내 불쾌했던 생각이 난다. 쭉정이가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고 열정 있는 자들이 일궈낸 밀알이 맞지 않을까. 물론 출판업계가 복지가 좋고, 안정적이며 연봉도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남아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편집인들이 있기에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 세상 모든 출판 편집자 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한국출판의 건강한 담론을 주도한 출판전문지 기획회의가 1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출판기획자 를 출간했다. 15년간 한 호도 쉬지 않고, 출판인들의 목소리를 담아온 세월의 결실이다. 2000년대 이후 급변한 출판 환경은 출판, 출판사, 출판인들에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은 ‘출판기획자’를 중심으로 지난 15년을 돌아봄으로써 미래의 출판을 준비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10년 후 출판, 출판사, 출판기획자의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1부)과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의 글을 비롯해 민음사 박맹호 회장, 김영사 박은주 사장 등 9명의 출판기획자 인터뷰(2부)를 실었으며, 분야별로 주목할 만한 출판기획자(3부)를 살펴보았다. 그밖에 저자?번역자가 생각하는 출판기획자, 대중문화에서 그린 출판기획자 등 출판기획자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선을 담았다(4부). 5부에는 한국출판의 태동기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 출판기획자의 활약상을 기록한 ‘한국 출판기획자 열전’을 실었다. 그리고 부록에는 현재 활동하는 출판기획자 127명의 ‘출판기획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서문 ‘퍼블리터publitor’의 시대 ― 한기호
오직 믿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 정은숙

1부 기획회의 15주년 특별 좌담
새로운 시대의 기획자는 누구인가

2부 이 기획자를 말한다
안목과 관계|박맹호 민음사 회장 ― 김형보
행복한 마음 간절한 마음|박은주 김영사 사장 ― 고세규
소신을 가지고 색깔을 만들어내다|홍지웅 열린책들 대표 ― 김홍민
이 시대에 해야 할 말을 하는 것|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 윤양미
깨끗하고 쉬운 우리말로 책을 만들어야 한다|윤구병 보리 대표 ― 박정훈
우리 시대의 기획이란 무엇인가|한철희 돌베개 대표 ― 강성민
시대 문제의 맥을 건드리는 것|장의덕 개마고원 대표 ― 이지열
사회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책|송영석 해냄 대표 ― 이구용
읽고 또 읽고 감동하라|강태형 문학동네 대표 ― 한기호

3부 분야별로 살펴보는 출판기획자
인문/역사 ― 강성민
문학 ― 한기호
사회과학 ― 정윤수
에세이 ― 김도언
경제경영/자기계발 ― 한기호
과학 ― 김현숙
예술 ― 정민영
그림책 ― 이상희
청소년(논픽션) ― 서상일
만화 ― 박인하
장르문학 ― 임지호
IT ― 박주훈

4부 출판기획자를 바라보는 9가지 시선

저자가 바라본 출판기획자
아이디어보다, 예상 수익보다, 관계가 우선이다! ― 안광복
기획자는 필자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 조정육
비서인가 파트너인가, 혹은 마름? ― 하지현

번역자가 바라본 출판기획자
원석을 보석으로 탈바꿈시키는 외서기획 ― 노승영
어린이책과 번역을 향한 일편단심이 열어준 기회 ― 박선주
외서기획은 항하의 모래에서 사금을 캐는 것 ― 홍성민

대중문화에 나타난 출판기획자
후남이는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까? ― 김성신
에디터 3년차의 이름, 변두리 여자 ― 이하영
책으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 장동석

5부 한국 출판기획자 열전
한국출판을 빛낸 기획자들 ― 최성일
간추린 1980년대 이후 기획자 ― 최성일

부록 출판기획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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