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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정확한 사랑의 실험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29586409<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사랑은 전인적인 것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인생영화로 꼽은 <캐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급한 문장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우거나 내주는 것,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것, 아주 조금의 불순도 없어야 하는 것, 성실해야 하는 것…. 여러 단어와 수식을 덧붙일 수 있겠지만 저 자체로 된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정의는. 그의 이 한 문장이 왜인지 가슴 어디쯤 박히더니 꽤 뚜렷한 통증을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미처 준비도 못한 채 사랑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기던 사랑에 대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글은 믿을 수 있다. 말리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사유한 것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하려 애쓴 흔적이 읽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내놓을까 궁금했다. 세련된 생각을 감각 있는 문장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크고 오래되어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사랑에 대해 그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책을 읽기 전부터 독서후담은 남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유려하게 흐르지 못할 나의 사유와 문장으로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 "그것은 매번 개별적인 사례로 존재한다." 영화 <아무르>, 64쪽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 그때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을 비교할 수 있을까. 혹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규정할 수 있을까. 불가하다.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즐겁게 또는 아프게’ 같은 것들은 사랑의 기준도 요건도 될 수 없다. 당신이 사랑으로 믿었거나 기억한다면 그것은 사랑일 수밖에 없다. 사랑 아닌 무엇이라고 누구도 정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사랑 또는 타인의 그것을 자랑하거나 탓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 ‘역시 사랑’이라고 끄덕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많이 후회하지도, 아파하지도, 뽐내지도, 꾸지람하지도 말자.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는 시인의 회상*이 아프지 않다고 말하지 말자. * <무화과 숲>, 황인찬 -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영화 <그래비티>, 214쪽
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27편 영화에서 읽어낸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이야기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3년 만에 세 번째 책을 선보인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 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총 22편의 글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4부로 나누고, 연재 외 발표 글을 5부 ‘부록’으로 엮었다. 4부로 묶은 글의 주제는 각각 ‘사랑의 논리’ ‘욕망의 병리’ ‘윤리와 사회’ ‘성장과 의미’다. 저자는 ‘책머리에’에서, 네 개의 주제로 나눠 묶고 보니 비평가로서의 내 관심사가 대개 이 넷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겠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문학비평으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신형철이다. 문학평론가로서 영화평론을 쓴다는 일이 과연 쉬웠을까. 어두운 극장에서 메모를 하고 같은 영화를 대여섯 번 반복해서 보며 이 글을 쓴 신형철은 〈씨네21〉 연재 당시 이런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영화평론을 쓸 수는 없다. 영화를 일종의 활동서사로 간주하고, 문학평론가로서 물을 수 있는 것만 겨우 물어보려 한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그가 쓰는 영화평론은 결국 ‘좋은 이야기’에 대한 글이며 그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눈이 깊은 저자는 그 비밀을 더 정확하게 말하기 위한 노력을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머리에

1부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_사랑의 논리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정확한 사랑의 실험
보통을 읽고 나는 쓰네
어떤 사랑의 실패에 대하여
죽일 만큼 사랑해

2부 발기하는 인간, 발화하는 인간_욕망의 병리

그녀는 복수를 했는데 그는 구원을 얻었네
안느, 이것은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발기하는 인간과 발화하는 인간
우울하므로, 우울함으로
세상의 종말보다 더 끔찍한 것

3부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_윤리와 사회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
양미자 씨가 시가 아니라 소설을 썼더라면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고요한 단언
타자, 낭만적 사랑, 그리고 악
마르크스, 프로이트, 그리고 봉준호

4부 나는 다시 나를 낳아야 한다_성장과 의미

황홀한 리비도의 시詩
이상한 에덴의 엘리스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십니까?
태어나라, 의미 없이?
자신이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노예들에게

5부 부록

Passion of Judas, 혹은 스네이프를 위하여
시간을 다루는 영화적 마술의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