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내 인생의 만화책


어린 시절에 우리집에서는 서점을 운영했다. 도회지의 번듯한 서점은 아니었지만 면소재지가 있는 우리 고향에서는 유일한 서점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 또래 중에서는 드물게 만화와 친구가 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1960년대까지 서점에서 만화를 취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무렵까지 국내에서 발간된 만화는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내가 바로 우리나라 만화계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자부심을 지닌 적도 있었다.그러나 <내 인생의 만화책>을펼치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 책에는 코주부의 작가 김용환 화백을 비롯하여 토끼의 작가 백성민 화백까지 28명의 만화가들의 대표적인 캐릭터와 그 시대에 던진 메시지와작품의 의미 등이담겨 있었다.28개의 캐리터중에서 나의 어린 시절 친구처럼 느껴지는것은 코주부(김성환), 땡이(임창), 라이파이(산호), 일지매(고우영), 독고탁(이상무), 고인돌(박수동), 둘리(김수정), 여자(한희작), 이화(김동화) 정도였다.전체의 반도 안 되는 숫자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바우(김성환)처럼 나의 어린 시절에는 주로 성인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라 아동 만화에 등장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구영탄(고행석)처럼 내가 만화를 즐기던 시절 이후에 등장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독서에 대한 나의 편식 때문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만화를 읽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선호하는 작품만 읽었던 것이다. 김종래, 박기정, 임창, 김민, 고우영(추동성) 화백 등의 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지만 여성 작가들의 순정 만화는 거의 읽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아쉬운 것은 김원빈 화백의 <주먹대장>은 당시에도 유명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벗이었던 캐릭터들과 만나면서정다운 벗과 해후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은 후회와 함께 반성하는 마음으로 대했다.책장을 넘기면서 수없이 독백을 거듭했다. 너와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추억을 채워줘서 고맙다. 좋은 벗이 될 수 있엇을 텐데…. 내가 무심해서 우정을 나누지 못했구나. 이 책에는 캐릭터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일부나마 작품들도 실려 있어서향수에 잠기기도 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박기정 화백의 훈이, 박기준 화백의 두통이, 김경언 화백의 용감이와 이마, 추동성 화백의 짱구박사 등 많은 캐릭터가 빠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만화를 사랑했던 어린시절을보낸 사람들에게는추억을 되새기는 소중한 앨범같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주부에서부터 라이파이, 꺼벙이, 독고탁, 이강토, 둘리, 구영탄, 토끼까지 20세기 한국만화를 대표하는 캐릭터 총집합!
한국형 슈퍼맨 라이파이, 명랑만화의 모범소년 땡이, 재치 넘치는 ‘착한 악동’ 꺼벙이, 엉뚱한 야구 천재 독고탁, 반골과 뚝심을 지닌 독대, 영악한 아기공룡 둘리, 10대의 분신이었던 남궁건, 역사의식이 깊었던 토끼까지 어린 시절 밤잠 설치며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옛날만화책의 주인공들의 역사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한국만화 100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때론 아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때론 시대를 반영했고, 또 가끔씩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눈부신 활약을 했던 만화 캐릭터들이 다시 우리 앞에 돌아왔다. 특히 19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만화 역사의 전성기 시절 화려하게 빛났던 캐릭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했다. 내 인생의 만화책 을 통해 그 시절 그 만화의 추억에 잠겨보자.


시작하며
만화 속에서 숨 쉬는 나의 이웃, 혹은 또 다른 나

제1장 만화의 주인공, 네모 칸 안에서 기지개 켜다(1940~50년대)
김용환의 코주부 / 희망과 웃음을 주는 서민들의 다정한 이웃
김성환의 고바우 / 반골로 출발한 만화세계의 저명인사
김원빈의 주먹대장 / 질긴 생명력, 막강한 파워의 소년 장사
산호의 라이파이 / 본격 SF만화의 탄생 알린 한국형 슈퍼맨

제2장 만화 스타의 춘추전국시대를 맞다(1960~70년대)
임창의 땡이 / 밝고 건강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명랑만화의 모범소년
길창덕의 꺼벙이 / 과장된 포복절도, 재치 넘치는 ‘착한 악동’
고우영의 일지매 / 권력의 천적, 혹은 민중의 영웅
박수동의 고인돌 / 문명의 환부에 들이댄 원시인의 청진기
신문수의 혁이 / 투명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
윤승운의 요철이 / 말썽꾸러기 소년의 엉뚱한 발명 소동
이상무의 독고탁 / 화해와 용서를 가르치는 휴머니스트
김민의 불나비 / 목탁 대신 검을 든 구도자의 삶
허영만의 이강토 /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는 카멜레온
방학기의 다모 / 관습의 굴레를 벗어던진 용기 있는 여인
김삼의 강가딘 / 인간성 회복의 기치를 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검둥이
박수동의 번데기 야구단 / 신바람 야구의 원조. 불패 야구단, 홈런 야구단
이두호의 독대 / 반골과 뚝심, 민초의 한과 울분

제3장 획일화된 영웅 이미지는 싫다!(1980년대)
김수정의 고도리 / 우리 시대 모든 샐러리맨을 위한 헌사
김수정의 둘리 / 만화의 위상을 높여준 영악한 초록 공룡
이현세의 오혜성 / 맹목적 사랑에 감염된 영웅의 광기
박봉성의 최강타 /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복수의 화신
고행석의 구영탄 / 희생과 봉사의 전도사, ‘바른생활 사나이’
한희작의 여자 / 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미녀군단

제4장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에르메스의 후예들!(1990년대)
배금택의 변금련 / 남성 중심의 가치관에 희생당한 여자의 초상
김진태의 황대장 / 슈퍼맨 증후군에 시달리는 고독한 중년
이명진의 남궁건 / 10대 독자들과 완벽한 정서공감대 이룬 10대의 분신
김동화의 이화 /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누이의 초상
백성민의 토끼 / 투철한 역사의식이 빚어낸 시대 극화의 정점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