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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단어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그의 시에는 구멍들이 숨 죽이고 있다.은빛 그늘로 다시 재생될 흔적들이구멍 위 피딱지처럼 엉켜 있다.사랑스럽다.은빛은 반짝이지만 불투명하다.그래야만 한다.투명하다면 은빛이 아니다. 누가 흔들고 지나간 것들을 모아그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 꽃이 다 그늘일 수 밖에 빈 몸을 털어 내일을 장만해야 한다나는 검은 봉투 같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그가 만든 극을 보고 싶다.
무겁게 내려앉는 통증의 이야기에서 어룽대는 은빛의 눈물과 새벽이슬 속에 피어난 수줍은 꽃의 미소를 ‘숨김없이 남김없이’ 오롯하게 그려내 줄 아는 따뜻한 한 시인.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로 당선하며 등단한 유희경의 첫 시집이다. 시인은 그 흔한 유머나 집요한 말놀이, 이미지의 극단이나 그로테스크한 상징 대신, 익숙한 언어로 익숙한 감정을 묘사하고 세련하는 일상의 방식으로 먹먹한 슬픔, 그 통증에 대해 말한다.

오늘 아침 단어 에 실린 63편의 시들은 낯익은 그러면서 낯선 감정의 무늬와 열기로 가득하다. 미래의 시간이든 과거의 시간이든, 자신이 부재한 풍경으로부터 ‘생전의 감정’을 추출하는 것으로 유희경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없는 시간 속의 감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전부 나였다 라는 말로밖에 달리 형용될 수 없는 감정으로부터, 그는 가까스로 한 단어 한 단어 길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작되지 않은 과거와 끝나지 않은 미래라는 황야의 시간을 떠돌며 시인이 매일 아침 생각보는 한 단어, 그것은 어쩌면 ‘시’일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K
한편
소년 이반
어떤 연대기

당신의 자리
心情
내일, 내일
낱장의 시간들
금요일
버린 말

우산의 고향
들립니까
심었다던 작약
궤적
지워지는 地圖
이웃 사람
오늘의 바깥
너가 오면
화가의 방


코트 속 아버지
오늘은
11월 4일
그만 아는 이야기
폭설
어쩔 수 없는 일
손의 전부
속으로 내리는
나는 당신보다 아름답다
벌거벗은 두 사람의 대화
우산의 과정
비밀의 풍경
아이들은 춤추고
다시, 지워지는 地圖
악수
이 씨의 낡은 장화
나와 당신의 이야기
같은 사람
검은 고요
그해 겨울


빛나는 시간
해줄 말
어떤 장면
소년
불행한 반응
닿지 않은 이야기
우산의 반대말
B
염소의 숲
보내지 못한 개봉 엽서
서른
텅 빈 액자

옛날 사람
공중의 시간
부드러운 그늘
그때 우리는
맑은 날
나이 어린 조각들
면목동

해설| 최초의 감정(조연정)

 

골목 바이 골목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하고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을 지은 김종관 감독, 그가 골목에서 만난 수많은 이야기 전작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을 통해 사랑에 대한 관능적인 글쓰기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감독 김종관의 신작 골목 바이 골목 을 그책에서 출간한다. 그가 연출한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서촌 일대의 골목들을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활자로 만난다.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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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밥상

작가의 이름을 걸고 시리즈로 나오는 곤충기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곤충에 대한 사진자료와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으며, 문학적 소양도 풍부한 듯 싶다. 동네 주변의 야산이나 양재동 서울숲 등 접근하기 쉬운 곳에 사는 곤충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태를 짧막하게 기록하고 있다.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곤충들은 동면 뿐 아니라 하면, 즉 여름잠도 잔다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곤충들은 외부환경이 너무 춥거나 덥거나,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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