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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비단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다른 어떠한 요소도 고려되지 않았던 적은 없지 싶다.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는 건 인간다운 무언가다. 인간다움은 수치로 단순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대응은 쉽다. 일하길 희망하나 일자리가 없는 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말썽을 부리는 이가 있다면 지금껏 일할 기회를 잡지 못한 이로 대체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옳다고 하기 힘든 현 상황을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개별 노동자들의 삶이다. 유명인이 아니어서, 사회에서 별다른 파급효과를 지니지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해 왔다. 우리 대다수가 누군가에게 고용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이야기는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며 시장을 중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를 시장만능주의로 이해하는 듯하다.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안전망을 제거해야만 직성이 풀릴 듯 굴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허나 공정한 경쟁이란 과연 무엇일까. 각 국의 상황이 전혀 다르듯 개개인이 처한 상황 또한 상이하다. 애초에 경쟁은 공정하게 전개되기 힘들었음에도 우린 눈 가리고 아웅하듯 이를 외면했다. 책 <보이지 않는 손>엔 다양한 노동자들의 경험이 담겼다. 부제 중에서도 ‘노동착취의 현실’이라는 말에 힘이 실렸다. 마르크스 식의 관점을 취한다면 착한 자본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노동자는 착취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시스템 자체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이 운이 나빴던 걸까. 하필이면 몸담고 있는 회사의 고용주가 지독히도 나빴다는 식의 설명이 가능하다면 차라리 좋을뻔 했다. Made In China로 대표되는 제3 세계 노동은 모든 노동자들을 라벨 뒤로 숨게 만든다. 국적 불문. 오늘날 행해지는 많은 노동과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분리하기가 힘겨울 지경이다. 많은 이야기 중 한혜경 님의 사례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그녀가 일했던 삼성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인식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일하며 그녀는 돈을 벌어 제 집을 장만하고 남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는 등의 행복하면서도 평범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건강치 못한 몸으로 풍찬노숙까지 하며 싸우는 중이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 뇌종양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어디 그녀뿐이겠는가.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해도 죽어나간 삼성 노동자의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대기업을 건드리는 건 국내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반국가적 행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문제제기는 곧잘 언론의 무시를 당하고 공론화 되는 데 실패한다.가난 때문에 학업과 노동을 놓고 고민해야만 했던 이들도 많았다. 열댓 살 아이로선 감당하기 힘겨운 노동. 이를 더욱 버겁게 만드는 건 그들을 보호해줄 어떠한 장치도 존재치 않았다는 점이다. 어리니까 당연시 됐던 저임금 장시간 노동. 아이들의 등이 굽고 폐에 먼지가 쌓여갈 때에도 누군가는 돈을 벌었다. 자본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집을 잃고 오로지 오염된 토양과 물만을 얻은 경우도 있었다. 그들 또한 사람인데 왜 그들의 목소리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단 말인가. 단지 모여 있기에 위험한 시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고 총을 맞기도 하는 등의 상황이 전개되는 걸 보고 있자니 이 세상이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부당한 상황에 거침없이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 더디게나마 우린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일은 용감한 소수만의 몫이 아니다. 떡 아닌 생존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우는 아이가 되어야만 한다. 과연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을까. 과연 우린 노동착취라는 인간성에 반하는 행위에 온몸으로 맞설 용기가 있을까. 보이지 않는 손에 가장 효과적인 저항은 보이는 움직임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듣는
세계 산업현장의 민낯!

삼성, 애플, 갭, 리바이스, 리, 아베크롬비… 초국적 거대 기업의 브랜드 속에는 made in Bangladesh, made in Mexico, made in China 등 다양한 나라의 라벨이 있다. 그리고 그 라벨 뒤에는 글로벌 경제를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손, 바로 노동자들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여섯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엔 저임금, 비정규직 등 이미 익히 들어온 문제들 외에도 인권 유린이 난무한다. 때로는 초국적 기업 하나 때문에 온 지역사회의 경제가 위협받기도 하며, 환경 파괴로 고통 받기도 한다. 자본과 정부의 결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애를 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노동자들은 미국, 브라질, 멕시코, 방글라데시, 중국 등 전 세계 곳곳의 농업, 광업, 의류 산업, 전자 산업 등의 다양한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현재는 뇌종양과 싸우고 있는 한혜경 씨의 목소리도 그 중 하나이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지만, 결국 같은 목소리를 낸다.
누구에게나 존엄성이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한 노동자로서 갖는 존엄성 말이에요.


변화를 위하여 _칼포나 악테르
칼포나와의 만남, 그리고… _코린 고리아
주필의 노트 _미미 록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위치 지도

1부 의류 산업: 공정임금을 위한 싸움
칼포나 악테르(방글라데시) - 전 의류 노동자, 노동운동가
아나 후아레스(멕시코) - 의류 노동자
마르틴 바리오스(멕시코) - 노동운동가

2부 농경 산업: 글로벌 경제의 시작
푸르니마 아콜카르(인도) - 전 면화 재배농, 일용직 노동자, 요리사
나시바 오파(우즈베키스탄) - 재봉사
프란시스카 코콘(과테말라) - 농민
파우스토 구스만(미국) - 포도원 노동자, 암웨이 판매원
네프탈리 쿠엘로(미국) - 고등학생, 담배 밭 노동자

3부 채광 산업: 노동권, 건강권, 환경권
앨버트 음와나우모(잠비아) - 판매원, 전 광부
클라이브 포라부(파푸아뉴기니) - 음악가, 영화감독
테리 저드(미국) - 붕사 광부
베레 수아누 킹스턴(나이지리아) - 판매원, 간호사
산자이 베르마(인도) - 가정교사, 지역사회 활동가

4부 전자 산업: 새로운 산업, 여전한 문제
리원(중국) - 전 공장 노동자
쑹황(중국) - 공장 노동자
한혜경(한국) - 전 공장 노동자

부록
Ⅰ 산업 근대화 연표
Ⅱ 용어풀이
Ⅲ 역사 요약
Ⅳ 임금하락에 관한 짧은 보고서

옮긴이의 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짧은 분량이지만 이야기가 롤러코스터와 같이 진행된다.내연남과 부인이 짜고 남편을 죽이는, 그리고 그 이후의 분열을 다룬 내용은 많은 영화나 책에서 다뤄진 소재이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과, 이를 원작으로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떠오르는 서사이기도 했다. 포스트맨은 이 서사를 가지고 미국적인 하드보일드 문학으로 탄생시켰다. 어딘가 거친 문체는 헤밍웨이를 생각나게도 한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는 케인의 데뷔작으로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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