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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수첩


난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한동안 광적으로 몰두하는 성격 탓에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교육원에서 커피의 기초인 에스프레소 만드는 법을 배웠을 정도다(그리고 그 후 1년 정도 커피집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경력도 있다! 물론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내가 양껏 먹는 일이 목표였던 것 같지만...). 못마셔도 하루에 한잔은 꼭 마셔야하고, 언제부턴가 달콤한 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만을 마시고, 볶은지 얼마 안되엇었을 때의 바로 갈아 뽑아먹는 커피 맛을 좋아하는 자칭 커피 매니아다. 예닐곱잔을 마셔도 밤에 잠 잘 자고, 웬만한 커피는 다 맛있게 먹는 편이다(심지어 커피믹스도 가끔 맛있게 잘 먹는다). 때문에 맛있다는 카페가 있으면 당장은 아니어도 그동네에 갈 일이 생기면 웬만하면 들르고, 외국에 나가서도 그동네 커피는 꼭 한번씩 먹고와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이다. 때문에 이 책은 나에게 보물지도와 같은 느낌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내로다하는 커피집을 한곳에 모아둔 책이 바로 커피 수첩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난 카페를 내는 것을 쉽게 생각한 내 자신에 대해 반성아닌 반성도 하고, 내 동선 안에 있는 몇몇 집들은 가봐야지 하고 다짐도 하고, 커피를 더 배워야지 생각도 하고, 커피가 밥벌이가 아니라 내가 쭉 즐기며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같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일을 삼으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지금, 내가 북카페를 내고자하는 지금의 소망은 꿈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 꿈의 공간이 이루어지면 <커피 수첩>의 저자를 초청해 커피 한잔 나누고, 이 책 속 다른 카페의 주인장들처럼 여유 가득한 삶을 살게 되면 좋겠다.
베네치아에는 ‘카페 플로리안’이 있고, 프랑스에는 ‘카페 프로코프’가, 그리고 로마에는 ‘카페 그레코’가 있다면 한국에는 어떤 멋진 카페가 있을까? 겨울 내내 여기저기 카페를 기웃거리며 사람들을 만났고, 커피와 카페, 그리고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며 명성과 명맥을 유지해오는 분들, 가장 기억에 남는 카페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들과 그들의 카페를 찾아다녔다. 주인장의 손맛으로 명성이 나 있는 카페들을 만났고, 또한 내부 인테리어를 앞세워 카페 자체로 승부를 거는 곳들도 가보았다. 한마디로 그들의 한결 같은 열정을 이 책에 빼곡히 담았다.

어느 커피홀릭이 전국 방방곡곡에 숨겨진 커피의 달인 을 찾아다닌 여행에 관한 기록으로서 23개의 카페 주인장들의 이야기에는 오랜 시간 한길만을 걸어가는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완고함이 느껴진다. 그들의 커피이야기를 듣다보면, 커피를 묘사하는 단맛, 쓴맛, 신맛이 마치 인생에 관한 비유같다. 그리고 저마다의 커피 철학을 풀어놓는 주인장들의 모습이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꼭 닮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 여행의 동반자들
나의 커피 편력기

Legend, 커피의 전설이 되다
당신을 기다릴게요 ‘커피스트’
바다로 간 커피, ‘보헤미안’
문화와 전설의 중심, ‘학림’
포항 커피의 맹주, ‘아라비카’
양치기 소년이 사는 곳, ‘칼디’
커피 무림계의 고수,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
자존심으로 내리는 커피, ‘커피명가’
넉넉한, 그러나 빈틈없는 커피를 말하다, ‘빈스톡’
고향에서 만난 커피 ‘슈만과 클라라’
차 마시는 동네 다동, ‘다동 커피집’
좋은 커피와 완벽한 카페의 만남, ‘클럽 에스프레소’
정직한 커피가 남산의 풍광을 만나다, ‘전광수 커피하우스’
커피 향에 스며든 문학의 진한 맛, ‘휴고’

Trend, 커피의 오늘을 말하다
촌동네에서 쓰디쓴 원두커피 팔아먹기, ‘커피가게’
낡은 유행가 들으며 커피 한 잔, ‘커피한잔’
내 마음대로 카페, ‘커피 볶는 곰다방’
정직과 양심을 담은 커피, ‘나무사이로’
소담한 카페, 궁궐을 마주하다, ‘아포스트로피 S’
커피 내리는 의사, 진료하는 바리스타, ‘제너럴 닥터’
세상에서 가장 작고 행복한 커피 공장, ‘더 블루스’
치즈 케이크와 커피의 조화, ‘세라도’
산사에서 커피를 마시다, ‘길상사’
삼청동의 꿈꾸는 등대, ‘잠꼬대’